이른 아침, 전날 여행의 피로함을 느낄 시간도 없이 집안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집안시내에 있는 국내성으로 이동했다.
숙소에서 10여분을 달려 국내성 인근에 도착했다. 낮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울긋불긋 널려있는 이불들 사이로 국내성의 흔적이 보인다. 그것이 국내성과 나의 첫 만남이었다.
국내성은 성의 기능보다는 아파트의 축대정도로 쓰이고 있었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든 옹성의 흔적도 보인다. 국내성은 우측으로 송화강을 끼고 계속해서 이어져 있다. 송화강은 국내성의 해자 역할과 함께 물자수송에 쓰였을 것이다. 그 옛날 화려했던 명성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국내성을 나와서 환도산성으로 향했다. 환도산성 아래에서 입장료를 내고 길을 따라 나지막한 산길을 걸어 올라갔다. 가는 길 중간 중간에 과일을 파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보내주는 순박한 미소와 웃음이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줬다. 흐르는 땀과 함께 약 20여분 정도 오르니 환도산성의 성곽이 보인다. 주변의 산세를 둘러보니 높은산으로 둘러 쌓인 것이 천혜의 요새이다. 한쪽에서는 성을 함락시키기 위해 또 다른 한쪽에서는 성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을까.
그 옛날 환도산성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가 적의 동태를 살폈을 첨망대다. 세월을 견디지 못해서였을까. 첨망대는 돌무덤처럼 무너져 가고 있고 계단만이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반듯한 돌들을 보니 성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해바라기와 옥수수 밭을 지나 환도산성 왕궁터에 도착했다. 황량한 왕궁터엔 잡초와 건물의 주춧돌만 남아있다. 폐사지에는 정답이 없다. 남아있는 흔적들을 보며 고구려의 그 화려했던 모습을 느끼고 상상할 뿐이다.
환도산성을 나와 산성 아래쪽에 있는 산성하 무덤떼를 보러갔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개방하지 않았던 곳이다. 사진촬영 또한 금지 했던 곳이다.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인해 역사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는지 다시 개방을 시작하여 볼 수 있는 기회는 얻었지만 씁쓸함은 감출 수 없다. 산성하무덤떼는 현재 남아 있는 무덤만 1582기라 한다. 세계 최대의 고분군이 고구려의 무덤군인 것이다.
산성하 무덤떼에서는 그 옛날 국사책에서만 배우던 적석총과 봉토묘 등 여러형태의 무덤양식을 볼 수 있다. 마치 고구려 무덤박물관 같다. 무덤의 크기나 양식 등으로 봐서 고구려의 장군이나 귀족 등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의 무덤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간 곳은 5회분 5호분 이다. 고구려 고분 중에서 유일하게 내부 벽화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무덤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무덤 안에 설치되어있는 카메라로 내부 벽화를 찍어 모니터로 벽화를 감상하게 해놓았다.
5회분묘에서의 씁쓸함을 뒤로하고 압록강으로 갔다. 압록이라는 이름은 물의 색이 오리머리 색인 녹색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며칠 전 비가 와서인지 압록강 물은 불어나 있었고 더욱 녹색을 띠었다. 압록강 선착장에서는 쾌속보트를 탈 수가 있는데 쾌속보트를 타면 건너편인 북한의 만포 땅을 가까이서 볼 수가 있다.
멀리 손에 잡힐 듯 한 북한의 만포마을이 있다. 멀리 '위대한 수령김일성동지의 유훈을 철저히 관철하자' 글자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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